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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항상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는 증상도 없어졌으며,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공복 속쓰림과 메슥거림, 신물이 올라오는
느낌은 상당히 개선되어 약간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 환자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면서 소화기 내과, 심장 내과, 당뇨와 혈압
치료 등 조절 약에 의존한 채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했다. 결국 담적을 제거하는 치료 하나로 모든 증상이 호전되었다.
무엇보다 병들어 죽어가던 몸이 건강의 길로 바뀌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진료팀도 처음엔 환자의 지병인 당뇨, 고혈압, 협심증과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신부전 등의 질환들이 위장과 관련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임상 경험을 통해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위염, 위궤양 같은 위장병이 아닌, 위와
장의 미들존이 담 독소로 오염되는 위장병이 얼마나 많은 전신 질환을 유발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 위장병은 위장병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처럼 여러 병이 동시에 발병해서 고통 받는 오버랩 신드롬(Overlap Syndrome) 환자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진단도, 치료도 되지 않아서 환자들은 고통을 안고 병원을 전전한다. 아직 위장 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오버랩 신드롬에 대한 의학적 해결 방안은 전혀 나오지 않아서 진단과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담적병에서 비롯되는 전신 질환은 이처럼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다.
위와 장이 우리 몸의 중심에서 모든 피와 림프액의 성질을 1차적으로 결정하는 장기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최근 서양의학에서도 위장병으로 인해 병발되는 전신 질환에 대한 임상 논문을 발표해서 주목받고 있다.
2010년 학술지 <신경위장학 및 운동학회(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에서 이스라엘의 스퍼버 박사는 다수의 기능성 질환들이 같은 원인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들의 원인이 전부 다른 것이 아니고, 분명한 공통분모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인데, 그 공통분모가 바로 담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 임상에서 담적 환자들이 호소하는 질환들 가운데 담적 치료를 통해 증상이 개선되어 담적병과의 인과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들을 소개하겠다.
논문에 따르면, 기능성 위장 장애 중 대표적인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70%의 환자가 섬유근통 증후군을 같이 앓고 있었고, 35~92%가 만성피로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29~79%는 만성 골반통 , 32~52.4%는 성기능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불안 장애 증상은 5.84배로 높게 나타났다. 서양의학에서는 여러 기능성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의 공통적인 원인을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이런 연구 결과는 다양한 증상들의 원인이 다 다른 것이 아니라 공통분모가 있음을 시사한다.
본원에서도 대부분의 담적병 환자들에게서 이런저런 전신 증상이 병발되는 현상이 있었기에 2011년 담적병과 오버랩 증상에 대한 임상 연구를 했다. 내원한 환자 991명 중 위, 십이지장궤양, 위암, 대장염 등의 기질적 문제를 제외한 기능성 위장 질환자 857명(86.5%)을 대상으로 위장관 증상 외에 나타나는 동반 증상을 연구하였다. 물론 협심증이나 기타 뚜렷한 원인 질환이 없는 환자들이었다. 그 결과 대상 환자의 86.5%가 동반된 증상을 가지고 있었고, 65.0%에서 3가지 이상, 그리고 28.8%에서는 5가지 이상의 동반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동반 증상 가운데 특히 두통, 어지럼증, 피로감, 근육통, 건망증, 가슴통증, 안구통증 및 안구건조, 호흡곤란 및 숨참, 구취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한 사람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들의 원인이 전부 다른 것이
아니고, 분명한 공통분모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인데, 그 공통분모가 바로 담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 임상에서 담적
환자들이 호소하는 질환들 가운데 담적 치료를 통해 증상이 개선되어 담적병과의 인과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들을 소개하겠다.